천지간에 불의 뜨거운 기운이 치성해지기 시작한다는 음력 5월 5일 단오端午의 다음날인 6월 4일, 해발고도가 꽤 높은 산을 오르기 위해 아내와 함께 무더위 속에 길을 나선다. 가야국 구형왕仇衡王의 전설이 깃든 경남 산청의 왕산王山(925.6m) 산행이다. 구형왕은 서기 532년 신라에 영토를 넘겨줄 때까지 11년간 왕으로 있었던 가야의 마지막 왕으로, 구해仇亥 또는 양왕讓王이라고도 하며, 김유신金庾信의 증조부이다.이끼와 풀이 자라지 않는 무덤정확한 기록이 없어 아직도 그의 능인지 석탑인지에 대해 불분명해 ‘전해진다’는 뜻의 ‘전傳’
5월 8일은 불기 2566년 ‘부처님 오신 날’, 즉 석가탄신일이다.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의 크고 작은 산에는 신령스러운 공한처空閑處에 예외 없이 사찰과 암자, 토굴이 자리하고 있다. 둘레를 한 바퀴 돌면 모두 800여 리에 달하는, 참으로 웅장한 지리산의 산록과 골짜기에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찰과 암자들이 즐비한데 그중에서도 동서를 가로지르는 주능선 중간지점의 북쪽으로 뻗은 산줄기 삼정산과 남쪽으로 뻗은 산줄기 삼신산 자락에 특히 많은 절이 깃들여 있다.5월에 유명한 ‘칠 암자 코스’지리산의 대표적 사찰 쌍계사를, 삼신산 쌍계사
방방곡곡 어느 산을 가든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이란 노래의 선율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곳곳의 산야에 각양각색,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개해 예쁜 미소를 지으며 소리 없는 노래를 부른다. 조용필, 나훈아, 조수미, 싸이,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방불케 하는 수많은 꽃의 잔치와 공연은 산행하는 내내 그 아름다운 빛깔과 자태를 바라보며 그저 감탄하고 또 감탄할 뿐이다.200km 구례 벚꽃길을 달려지난 4월 9일, 온 시가지의 길 따라 총연장 200km가 넘는다는 구례 벚꽃길을 승용차로 달리면서 “야! 좋구나, 예쁘구나!”라는 감탄사를
지난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를 마친 뒤 아내와 함께 지리산 산행을 위해 함양군 마천면 양정리 영원사 오름길로 승용차를 이용해 이동했다.올해 들어 스물세 번째인 이번 산행의 목적지는 지리산 주능선에서 북쪽으로 쭉 힘차게 뻗은 삼정산의 8부 능선을 가로지르는 ‘칠암자 길’이다. 일곱 암자가 깃들어 있는 삼정산(1,261m)은 사월 초파일 ‘부처님오신날’을 전후해 수많은 순례객이 줄지어 산행하며 절을 방문하는 ‘순례 코스 등산’으로 이름난 곳이다. 삼정산의 높이는 지도상에 해발 1,182m, 1,225m, 1,261m 세
지난 2월 1일, 임인壬寅년 정월 초하루, 기온은 영하 10℃를 오르내리고 바람이 몹시 거세게 몰아치는 가운데 아내와 함께 올해 들어 11번째 산행에 나섰다. 함양읍 두산마을 두산저수지 부근에 주차하고 백암산 정상을 향해 ‘막 고개’ 코스 능선길을 오르는데 방한복을 두르고 보온 장갑을 끼었음에도 얼굴에 스치는 바람은 매섭고 손끝도 몹시 시렸다.한낮의 햇볕이 내리비치는 곳에서는 따스함을 느끼고 그늘로 들어서면 더욱 추위를 느끼며 한걸음, 한 걸음, 1시간 남짓 비탈길을 오르고 눈길을 걸은 끝에 해발 621.4m 표석이 서 있는 정상에
며칠 전, 술자리에서 평소 친하게 지내는 대학 교수가 술자리 분위기가 무르익은 틈을 타서 불쑥 한마디 건넸다. “김 회장님은 매일 찾아오는 이들과의 술자리를 피하지 않고 날마다 술을 드시는데 안색도 좋으시고 건강상 아무런 문제없이 늘 활기찬 모습을 보이시는 것은 아마도 매주 거르지 않고 산을 오르는, 그 산행에 건강 비결이 있는 것 같습니다.”“네, 잘 판단하셨습니다. 저는 재작년, 즉 2020년에 모두 82회의 산행을 기록했고 100번을 넘기지 못한 아쉬움을 극복하고자 지난해, 즉 2021년에는 더욱 열심히 산을 다녀 모두 105
이 땅의 신령스러운 산에서 태어나, 산에서 시작한 나의 인생 여정旅程이 어느덧 68년 차로 접어들었다. 지난 12월 5일에는 2021년 1월 1일 첫 산행 이래 100회차 산행을 기록했다.필자가 머무는 함양의 서쪽 끝에 자리한 함양읍 죽림리 인산가에서 승용차로 출발해 동쪽 끝에 있는 용추계곡의 근원지인 수망령(해발 900m) 고개에 다다라 동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금원산(1,353m)에 올랐다. 겨울 날씨답지 않게 포근하고 따뜻한 데다 나뭇가지 사이로 파아란 하늘이 빛을 발하는, 이날 산행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내인 우성숙
내 인생길의 여정旅程에서 ‘산행山行’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관광이나 여행, 레저·스포츠 등의 일부로서 매화 축제나 벚꽃 축제, 단풍 구경, 피서, 운동 등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산을 오르내리는 게 아니라 산행은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고 건강의 기쁨과 행복을 만끽하는 더없이 중요한 수단이요, 방법의 하나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특히 걷는 산행에서 외연을 넓혀 암벽을 타고 빙벽을 오르는, 비록 능수능란한 기술은 아니지만, 기술 등반의 기쁨을 느끼기 시작한 뒤로는 등산이 하나의 취미생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중요한 부분을
코로나바이러스의 내습來襲으로 인해 인류의 삶의 행태가 송두리째 바뀌기 시작한 지 어언 2년이 되어간다. 되도록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으려는 심리가 팽배하고 비대면 비접촉을 지향함으로써 비교적 사람들과 대면할 가능성이 적은 명산대천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코로나 유행의 초기에는 막연한 공포 탓이었는지 지리산을 비롯한 전국의 명산 산길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져 지난봄에는 지리산 둘레길을 필두로 산청, 구례, 남원의 온갖 꽃길을 걷고 또 걸으며 형형색색의 꽃향내를 만끽했고,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산이 마치 나를 부르기라도 하는 양, 휴일이면 어김없이 배낭을 꾸려 산행을 떠난다. 배낭에는 땀을 흘리고 나서 지친 몸을 추스르기 위해 걸음을 멈추고 쉴 때 다시금 기운을 되찾는 데 가장 좋은 세 종류의 음료를 반드시 준비한다.찹쌀과 쌀, 누룩과 자연 용출 광천수로 45일간 발효, 90일간 숙성시켜 빚은 농주 300ml 2병, H 맥주 330ml 1병, 청주를 증류해 숙성시킨 53도 증류주 230ml, 견과류 200g을 용기에 담아 배낭에 넣고 길이 20여 m의 자일 등 이것저것 짐을 꾸리면 배낭 무게는 9kg가량 나간다.먼 길을
1955년 6월, 계룡산 서남쪽 용화사 골짜기 마애불 아래 다 쓰러져가는 농막에서 아버지 인산仁山 김일훈金一勳(1909~1992)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두 살 나던 이듬해, 어머니 등에 업혀 아버지 뒤를 좇아서 지리산 인근 깊은 산골 마을로 들어가 살다가 여섯 살 때 그곳에서 어머니를 여의었다. 그해, 아버지 손에 이끌려 우리 삼형제는 서울 북한산 아래 빨래골로 삶의 터전을 옮겨 아버지가 손수 삽질을 하여 파서 만든 토굴 속에서 두어 해를 지냈다. 그 뒤에도 50여 차례 삶의 터전을 옮길 때마다 나는 늘 산을 의지해 ‘신산辛酸의